우리 사회에서 노동 관계를 논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근로자와 사용자입니다. 이 두 단어는 노동법, 특히 근로기준법의 핵심 개념이자 모든 노동 분쟁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근로자란 누구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법적으로 근로자임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을 충족해야 할까요? 이번 글에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정의와, 이른바 근로자성 인정 기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근로자란 누구인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은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언뜻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정의만으로 근로자의 범위를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조문 속에서 핵심이 되는 단어는 임금, 그리고 사업이나 사업장입니다.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근로자란 결국 일정한 대가, 즉 돈을 받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요소는 근로가 제공되는 장소가 사업이나 사업장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회사나 기업과 같이 조직을 가진 사업장에 고용되어야만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으며, 개인 간의 단순한 고용 관계에서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보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임금을 목적으로 조직화된 사업장에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만이 법률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종속관계와 근로자성

근로자와 사용자의 관계는 본질적으로 종속적인 구조를 전제로 합니다. 사용자는 업무를 지휘·명령하고 근로자는 이에 따라 일을 하며, 그 대가로 임금을 받습니다. 바로 이 종속관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를 판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하지만 법률은 종속관계를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법원 판례가 제시해온 여러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다양한 사건을 통해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종속관계를 판단할 수 있는 세부 요소를 제시해 왔습니다.


근로자성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

먼저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가 정하는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근로자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정해진 업무를 수행한다면 종속성이 강하다고 평가됩니다.

다음으로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 조직 내부의 규율을 적용받는지도 살펴봅니다. 이러한 규정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의 직접적인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면 근로자성은 더욱 인정되기 쉽습니다.

근무시간과 장소의 지정 여부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입니다. 사용자가 정한 시간과 장소에 구속되어 근로를 제공한다면 종속적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근로자가 자신의 일정에 따라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면 독립성이 크다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업무의 대체 가능성도 고려됩니다. 근로자가 제3자를 고용해 자신의 업무를 대신하게 할 수 있다면 독립성이 인정되고, 그렇지 못하다면 종속성이 강하다고 봅니다.

작업에 필요한 비품이나 도구, 원자재를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이를 사용자 측에서 제공한다면 근로자성 인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수의 성격 또한 판단 기준입니다. 단순히 결과물에 대한 보수인지, 근로 자체를 대상으로 한 임금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 경우라면 근로자성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금 처리 방식도 중요한데, 근로소득세가 원천징수되고 있다면 근로자로 간주될 여지가 큽니다.

또한 근로제공 관계가 지속적이고 사용자에게 전속적인지도 살펴봅니다. 특정 사용자에게 오랜 기간 전속적으로 근로를 제공한다면 독립된 사업자로 보기 어렵습니다.

사회보험 가입 여부 역시 고려됩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에서 근로자로 인정받는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도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사자의 경제적, 사회적 조건 등 관계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로자성을 최종 판단하게 됩니다. 즉 어느 한 요소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정을 전체적으로 검토해 종속관계 여부를 판정하는 것입니다.


근로자성 인정의 중요성

근로자성 여부는 단순한 개념적 문제가 아니라, 법적 권리와 보호 범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근로자로 인정되어야만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근로조건, 임금, 휴일, 근로시간, 퇴직금, 해고 제한 등 다양한 권리를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근로자성이 부정된다면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 독립 사업자나 프리랜서로 취급되어 이러한 법적 보호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특히 최근 플랫폼 노동이나 특수고용 형태가 확대되면서 근로자성 논쟁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택배기사,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 기사, 배달 라이더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들 직종은 형식적으로는 개인사업자나 위탁계약 관계로 분류되지만, 실제 업무 수행 방식은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가 사회적으로도 큰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맺음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다양한 근로 형태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히 법 조문만으로 근로자성을 판별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법원이 제시한 여러 기준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종속관계가 인정될 때 비로소 근로자로 인정받게 됩니다.

근로자성 인정은 단순한 법적 개념을 넘어 노동자의 권리 보장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근로자로 인정되어야만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 근로자성의 의미와 판별 기준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당한 권리와 의무를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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